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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기권의 의미 (2) - 권력의 위임, 정치인



첫번째 글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기권'은 '권리의 포기', '민주주의의 포기', '사회적 자기결정권의 포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왜 나는 누군가에게 권력를 위임해야 하는가?", "기권행위는 기권이 아니라 권력위임의 거부가 아닌가?", "내 맘에 들지 않는 정치인만 출마하는 상황은 나의책임이 아니지 않는가?"하는 것들입니다.

첫번째의 의문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다시피 '권력의 위임을 통한 주권의 행사'라는 차원의 것입니다. '주권'은 행위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뿐만 아니라 '그 정책을 집행할 행위주체'를 선택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선거'는 국가의 정책과 정책을 집행할 행위주체를 선택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불가피한 '민주주의 실행의 절차'입니다.

두번째의 의문은 첫번째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선거를 통한 정책의 선택과 정치인에 대한 권력의 위임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약속이기 때문에, 권력위임의 거부는 인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일부 국민의 정책 선택과 권력위임의 거부가 인정된다면 사실상 '주권의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주권적 질서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세번째 의문은 "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 없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여러 가지 의문들 중에서 이 세번째 문제가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간단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이해를 완벽하게 충족 시킬 수 있는 정치인은 애초부터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 정치인들 중에서 자신의 이해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그런 정치인도 없다면, 그것은 '유권자 자신의 문제'입니다. 자기들의 의사를 대변해 줄 정치인이 있는 '다른 사람'의 민주주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오로지 '대변자가 없는 나의 문제'일 뿐인 것이지요.(한나라당의 국회의원에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각주:1]) 만일 다른 사람의 이해를 대변할 정치인만 있을 뿐인데, 그에게 나를 대변해 줄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한 것입니다.

나를 대변해 줄 대변자가 한사람도 없다면, 우선은 급한대로 대변자가 있는 이웃에게 더부살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연합이나 연대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나의 대표'를 갖어야 할겁니다. 아무 댓가 없이 남이 내 말을 들어주는 법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정당을 만들고 정치세력을 형성해서 스스로의 입장을 대변할 인재를 키우고 정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노력도 없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날로 먹으려는 비양심적인 사람이나 할 이야기가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선거에서 기권을 하는 일이 극히 적습니다. 그런 까닭에 투표율이 낮으면 한나라당이 언제나 유리하다고들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그만큼 지지할 정치인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설령 그것이 사실과 이해관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의한 잘못된 선택 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지지할 만한 대표자가 이렇게나 없는 것일까요?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 없다."는 말은 "내가 마음에 드는 정치인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 전까지는 이웃에게 더부살이라도 해야할 형편입니다. 불평할 처지가 아니지요.


  1.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지만 전체 국민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국민들은 어떤 정치인이 누구의 지지에 의해 당선되었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언제나 기대에 그치게 되는데, 그것은 선거가 언제나 '정책의 선택'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공약'만을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국민이 누군가를 대표로 선출하는 것은 후보자의 공약집에는 나와있지 않은 수많은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을 동반합니다. 선거에서 '정당'과 정당의 '정강정책'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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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