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작년 6월 10일과 8월 5~6일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어제와 오늘 (5월 29~30일) 전국 경찰에 갑호비상령을 발했다.
갑호비상령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갑호비상령
선포권자 : 경찰청장
선포 조건 :
1. 대규모 집단사태로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한 상황
2.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
효과 : 경찰 전원이 비상근무를 명령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령(가장 높은 군 경계수준인 '진돗개 하나'에 해당)
기타 비상령 :
을호비상령은 집단사태 등 치안사태가 악화되거나, 대규모 재해·재난이 일어나 피해가 확산될 때 내려지며, 병호비상령은 집단사태 등 치안사태가 발생하거나 징후가 있을 때, 국경일·기념일· 공휴일 등 전후로 치안질서의 혼란이 우려되거나 대규모 재해·재난의 징후가 뚜렷하거나 일반 재해·재난이 일어난 경우에 발령된다. 을호비상령이 내려지면 동원할 수 있는 경력의 50%가 주야간 비상근무에 투입되며, 병호비상령의 경우 30%가 비상근무를 한다.
지금까지 갑호비상령이 내려진 경우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경찰청의 보도자료 및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니 일부 누락이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부분은 거의 정리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찰의 갑호 비상령 발령 현황 (일부 누락이 있을 수 있음)
2009년 5월29일~(30)
故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엄수 관련
2009년 5월29일~(6.2)
제주경찰청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관련
2008년 8월5일~(6)
서울경찰청 - 부시대통령 방한 관련 일부터 이틀동안
2008년 6월10일
촛불시위 확산에 갑호비상령 발령
2008년 3월25일~(4.9)
18대 총선관련 3월25일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2007년 12월19~(20)
대통령선거 투표일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2006년 5월31~(6.1)
지방선거 투표일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2005년 11월12~(18)
APEC 정상회의 관련
2004년 4월2~(15)
17대 총선과 관련 4월2일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2002년 12월18~(20)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12월 18일 오전 9시부터 20일 개표 종료시까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갑호비상령은 보통 총선이나 대선 등의 중요 정치행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발해짐을 알 수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점을 볼때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 외에는 각종 정상회의의 (특히 상당한 반대시위가 예상되는 경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발해짐을 알 수 있다. 정상회의는 외국과의 외교에 관한 일인 만큼 이해가 간다.
그 외,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갑호비상령이 내려지기도 했는데, 월드컵이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라는 점과, 많은 국민들이 흥분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점, 많은 국민들이 거리응원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 할때, 이 또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그 외에는, 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6월 10일과 이번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인 29일부터 30일까지 내린 갑호비상령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촛불시위나 전국민적인 추모 열기 속에 진행되는 前 대통령의 영결식이 과연 '대규모 집단사태로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나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에 해당되는지 의문이다.
사실은, 선거나 국제적인 정상회의, 월드컵같은 국제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지만, 그 행사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 갑호비상령을 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국민들의 집회·시위나,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당하여 애도를 하는 기간에 갑호비상령을 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이나 정부에서는 갖은 이유를 다 들이대면서 그 타당성을 주장하겠지만, 어떤 논리를 펴더라도 그 주장이 궁색하기만 한것이 사실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갑호비상령이 발해진다면, 전국에 갑호비상령이 그칠 날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계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이야 말로 '공포정치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특히 지금과 같이 이명박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계엄 선포의 구실이 생긴다면,
평시에도 갑호비상령을 남발하는 이 정권이,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계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계엄법 2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계엄의 종류와 선포 - 계엄법 2조
①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
②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③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④대통령은 계엄의 종류·시행지역 또는 계엄사령관을 변경할 수 있다.
⑤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⑥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제2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데이어 각종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곧이어 ICBM(대륙간 탄도탄)발사 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서해안 NLL 상에서 남북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때도 서해안에서 무력 충돌이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PSI 참여를 선언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며,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미국에 강경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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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평시에 경찰이 갑호비상령을 발하고, 광장을 봉쇄하며,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위기에 직면한 남북의 대치 상황이 실질적 무력 충돌로 번질 경우, 정권이 실제로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특히 '경비계엄'의 선포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고 생각된다.
경비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선포되는 계엄이다.
한마디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그 와중에 남북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정권의 입장에서 볼때 충분히 경비계엄 선포의 형식적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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