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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제 없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장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절차 등에 대해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 측의 합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6일 국장에 국회에서 장례절차가 진행되게 되고, 서울 국립묘지에 대통령께서 안장되는 것으로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났습니다. 그 대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때와는 달리 노제가 없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 절차가 국장으로 엄수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9일이 아닌 6일 국장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제 생각과는 관계없이 이번 장례절차의 결정 과정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장례절차에 대한 합의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자리가 없다던 서울 국립묘지에 느닷없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들어갈 만한 자리가 생긴 것에서 부터, 비록 6일 국장이기는 하지만 (재직 중 서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장으로 장례를 엄수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엄수하게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거행되는 것은 박근혜씨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비견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에대한 정치적 고려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 역시 가능케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에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때와는 달리 노제 없이 치러지게 됩니다.
민주당에서는 노제가 치러지지 않을 경우에는 추모제를 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둘 사이의 간극은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이나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장례절차의 협의 과정에 김대중 대통령 측을 대표해 참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노무현 대통령 때의 협의 과정을 보거나,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가족이 아니라 박지원 민주당 의원 같은 대통령의 측근 들이 주도적으로 논의 과정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국민참여정당'의 창당 문제는 민주당으로 하여금 이번 장례절차를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절차보다 한급 높은 국장으로 치르도록 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게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에서 상주 노릇을 할 수 있었지만, 소위 친노그룹은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에서 상주가 될 수 없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남긴 모든 정치적 자산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이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 우위에 서는 문제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익과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이런 정치적 정황은 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합니다.
저는 이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를 최고 수준인 국장으로 치르기 위해 사실상 '노제'와 같이 군중 집회를 동반하는 절차를 제거함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국장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분을 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로서는 생전에도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가, 지난 노무현 대통령 서거때 처럼 반정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정치적 뇌관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적절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관건 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 측에서 노제와 같은 군중 동원 행사를 회피하고, 정부에의해 적절히 통제되는 상황에서 장례절차를 진행한다고 보장한다면, 이명박 정부로서도 국장으로 장례를 엄수하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국민이 직접 김대중 대통령을 보내드리는 '노제'가 생략됨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는 이제 장례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당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셨고, 국민 모두에게 남기신 그분의 정신을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해 낼 것인지는 이제 온전히 국민들의 몫으로만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야권에서의 대표성과 지위를 한동안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각기 하나씩 이루었지만, 고인이 되신 김대중 대통령의 고결한 정신과 가치는 빛바랜 국장에 뭍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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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